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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父辭-屈原

시뜨락 시정(詩庭) 2024. 2. 14. 09:21

漁父辭-굴원(屈原) 어부와의 대화

1. 屈原旣放에 游於江潭하고 行吟澤畔할새 顔色憔悴하고 形容이 枯槁라.
(굴원기방에 유어강담하고 행음택반할새 안색초췌하고 형용이 고고라)

굴원이 이미 추방되어 강가와 물가에 노닐고 호반을 거닐며 읊조리니, 얼굴빛이 핼쓱하고 몸은 마르고 생기가 없었다.

2.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아? 何故로 至於斯오?
(어부견이문지왈, 자비삼려대부여아? 하고로 지어사오)

어부가 보고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초나라의 삼려대부가 아니시오?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소?”

3. 屈原曰, 擧世皆濁이니 我獨淸하고, 衆人皆醉나 我獨醒이라. 是以見放이라.
(굴원왈, 거세개탁이니 아독청하고, 중인개취나 아독성이라. 시이견방이라)

굴원이 대답하였다.
“세상이 온통 다 흐렸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으므로, 그리하여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4. 漁父曰, 聖人은 不凝滯於物하고, 而能與世推移하나니
(어부왈, 성인은 불응체어물하고, 이능여세추이하나니)
世人이 皆濁이어든, 何不淈其泥 而揚其波하며,
(세인이 개탁이어든, 하불굴기니 이양기파하며)
衆人皆醉어든, 何不餔其糟 而歠其醨하고 何故로 深思高擧하야, 自令放爲오?
(중인개취어든, 하불포기조 이철기리하고 하고로 심사고거하야, 자령방위오)

어부는 말하였다.
“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걸리지 않고, 세상과 함께 잘도 옮아가니, 세상 사람들이 다 흐려져 있거늘, 어찌하여 흙탕물 휘저어 그 물결을 날리지 않으며, 뭇 사람이 다 취해 있거늘, 어찌하여 그 찌꺼기를 씹고 그 말술을 들이마시지 않고, 무엇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고상하게 행동하여, 스스로 추방을 당하게 되었소?”

5. 屈原曰, 吾聞之하니, 新沐者는 必彈冠하고, 新浴者는 必振衣라.
(굴원왈, 오문지하니, 신목자는 필탄관하고, 신욕자는 필진의라)
安能以身之察察로, 受物之汶汶者乎아? 寧赴湘流하야 葬於江魚之腹中이언정
(안능이신지찰찰로, 수물지문문자호아? 녕부상류하야 장어강어지복중이언정)
安能以皓皓之白으로, 而蒙世俗之塵埃乎아?
(안능이호호지백으로, 이몽세속지진애호아)

굴원이 대답하였다.
“내가 듣건대,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갓을 털어 쓰고, 새로 몸을 씻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고 하였소. 어떻게 맑고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망정, 어떻게 희고 흰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단 말이오?”

6. 漁父莞爾而笑하고 鼓栧而去하며 乃歌曰,
(어부완이이소하고 고예이거하며 내가왈)
滄浪之水淸兮어든, 可以濯吾纓이오. 滄浪之水濯兮어든, 可以濯吾足이로다.
(창랑지수청혜어든, 가이탁오영이오. 창랑지수탁혜어든, 가이탁오족이로다)
遂去不復與言이러라.
(수거불부여언이러라)

어부가 빙그레 웃고서 노를 두드리고 떠나가면서 이렇게 노래하였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그 물로 나의 갓끈을 씻는 것이 좋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는 것이 좋으리라.”

드디어 가고는 다시는 대화가 없었다.

*고문진보 후집, 이장우 외 옮김, 을유문화사, 83~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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