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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아도-최 명운
시뜨락 시정(詩庭)
2025. 7. 19. 22:24
비를 맞아도-최 명운
지독한 열기에 풀잎조차
감정 기복 심해져 시들어 갈 때
언덕바지 함초롬히 핀 나리꽃
이파리에 흑진주 으뜸눈 품고
한 치 더 자라
햇살을 반기려다
웃자란 키에 옆으로 기울어
옆으로 쓰러지고 만다
쓰러져도 실타래에 의지
꽃송인 향기 날려 나비 부르고
끝까지 잎에 품은 으뜸눈
또로롱 굴려 풀 속에 심는다
도라지꽃도 틈새에 껴들게 했었고
하늘호록수 역시 비집어 들었지만
비를 맞아
가는 길이 평탄치 않더라도
무던히 존재를 키우는 인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