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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秋日/金時習
시뜨락 시정(詩庭)
2023. 11. 22. 12:39
秋日 가을 날
金時習(조선의 시인)
庭際無人葉滿蹊
뜰가엔 사람 없고 좁은 길에 나뭇잎 가득
草堂秋色轉凄凄
초당엔 가을빛이 더욱 슬프도록 처량네
蛩如有意跳相咽
메뚜기도 뜻 있듯 서로 목메어 뛰어오르고
山似多情翠又低
산의 푸르름 또한 약해지니 다정한 듯 싶네
世事到頭之者也
세상 일이 머리 꼭대기까지 이르는 자라야
閑情輸却去來兮
도리어 오가는 한가로운 정념을 보내준다니
欲談細話誰將伴
뉘와 더불어 세세한 속된 이야기를 나누리오
銷得南山一杖藜
남산에서 얻은 명아주 지팡이 하나 쇠하였다
*김시습은 조선전기 『매월당집』·『금오신화』·『만복사저포기』 등을 저술한 학자이자 문인이다. 1435년(세종 17)에 태어나 1493년(성종 24)에 사망했다. 5세 신동이라 불릴 정도로 어릴 때부터 글재주가 뛰어났다. 21세 때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3일간 통곡하다 보던 책을 불사른 뒤 승려가 되었다. 생육신으로서 단종에 대한 절개를 끝까지 지키며 유랑인의 삶을 살다 충남 부여의 무량사에서 생을 마쳤다. 그는 근본사상은 유교에 두고 불교적 사색을 병행했으며, 선가의 교리까지 포괄하려고 시도하는 등 다채로운 면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