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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弘道 筆 馬上聽鶯圖

시뜨락 시정(詩庭) 2025. 4. 10. 19:45

국가유산 보물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 (金弘道 筆 馬上聽鶯圖)

金弘道 筆 馬上聽鶯圖 지본담채, 117.2 x 52cm, 간송미술관 소장.

‘김홍도 필 마상청앵도’는 조선 후기에 활약하며 최고의 화가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김홍도(1745~1806 이후)가 조선의 풍속을 소재로 삼아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세심한 모습을 서정성 깊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동(侍童)을 대동한 선비가 말을 타고 길을 가던 중 꾀꼬리 한 쌍이 노니는 소리에 말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버드나무 위의 꾀꼬리를 무심히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인물 묘사에 사용된 섬세한 필선, 말과 마구에 사용된 부드러운 필법, 선비의 시선과 표정, 대담한 공간감 등이 잘 어우러져 김홍도가 추구한 한국적인 정서가 잘 표출되었다.
이 작품은 김홍도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화면 위에 동료 화가였던 이인문(李寅文, 1745~1824)의 시문이 쓰여 있어 두 사람의 우정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역사성이 높다. 조선 풍속화 중 가장 서정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다.

*題畵詩
佳人花底簧千舌
韻士樽前柑一雙
歷亂金樽楊柳岸
惹烟和雨織春江
-碁聲流水古松舘道人
李寅文郁證

어여쁜 여인이 꽃 아래에서 천 가지 가락으로 생황을 부나
운치 있는 선비가 술상 위에 밀감 한 쌍을 올려놓았나
어지럽다 황금빛 베틀 북이여, 수양버들 물가를 오고 가더니
비안개 자욱 이끌어와 봄강에 고운 깁을 짜 놓았구나
-기성유수고성관도인 이인문이 감상하다

*녹음방초(綠陰芳草) 무성하고 천자만홍(千紫萬紅)의 백화(百花)가 만발하는 늦봄 어느 화창한 날에 젊은 선비가 춘정(春情)을 이기지 못해 문득 말에 올라 봄을 찾아 나섰다가 길가 버드나무 위에서 꾀꼬리 한 쌍이 화답(和答)하며 노니는 것에 넋을 빼앗긴 채 서서 바라보는 장면을 사생(寫生)해 낸 그림이다.
꾀꼬리의 화답 장면과 넋 나간 선비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 버드나무는 간결하게 처리하여 길섶 한곁으로 몰아놓고 선비 일행을 큰길 가운데로 내세운 채 나머지는 모두 하늘로 비워둔 대담한 구도를 보이었는데, 선비와 말을 모는 떠꺼머리 총각의 의습선(衣襲線)은 단원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철선묘(鐵線描)로 처리하여 조선옷이 가지는 넉넉하면서도 예리한 옷맵시를 유감없이 표현해내었다.
반면 갓과 말 그리고 길섶 풀들은 먹의 번짐만을 이용하였으니 철선묘와 대조를 이루어 조화를 얻게 하려는 의도일 듯하다.
이런 봄냄새 물씬 풍기는 그림에 단원과 동갑인 그림 친구인 고송유수관(古松流水觀) 이인문(李寅文, 1745~1824)은 이런 제화시(題畵詩)로 춘정에 공감한다.
'아리따운 사람이 꽃 밑에서 천 가지 소리로 생황을 부는 듯하고,
시인의 술동이 앞에 황금귤 한 쌍이 놓인 듯하다.
어지러운 금북(북은 베짜는 도구)이 버드나무 언덕 누비니,
아지랑이 비섞어 봄강을 짜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