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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 오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가다가 그리울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윤동주(尹東柱, 1917.12.30.-1945.2.1 6)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님이여 오셔요-한용운

님이여 오셔요오시지 아니하려면 차라리 가셔요가려다 오고 오려다 가는 것은나에게 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는 것입니다님이여 나를 책망 하려거든차라리 큰소리로 말씀하여 주셔요침묵으로 책망하지 말고침묵으로 책망하는 것은아픈 마음을 얼음 바늘로 찌르는 것입니다님이여 나를 아니 보려거든차라리 눈을 돌려서 감으셔요흐르는 곁눈으로 흘겨보지 마셔요곁눈으로 흘겨보는 것은사랑의 보(褓)에가시의 선물을 싸서 주는 것입니다*한용운(韓龍雲, 萬海, 1879-1944)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여름밤이 길어요-한용운

당신이 계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책력의 내용이 그릇되었나 하였더니 개똥불이 흐르고 벌레가 웁니다긴 밤은 어디서 오고어디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긴 밤은 근심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슬픈 음악이 되고 아득한 사막이 되더니필경 절망의 성(城) 너머로 가서악마의 웃음속으로 들어갑니다그러나 당신이 오시면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깨어서 일천(千) 토막을 내겠습니다당신이 계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한용운(韓龍雲, 萬海, 1879-1944, 승려, 시인,독립운동가)

카테고리 없음 2025.07.26

宿金壤縣- 鷄林 高兆基

宿金壤縣(숙금양현) - 鷄林 高兆基(고조기)鳥語霜林曉(조어상림효) : 서리 내린 새벽 숲에 새들 재잘거리고風驚客榻眠(풍경객탑면) : 평상에서 잠자던 나그네 바람에 놀라네簷殘半窺月(첨잔반규월) : 처마는 이그러져 달이 엿보는데人在一涯天(인재일애천) : 이 몸은 아득히 떨어진 타향에 있네.落葉埋歸路(낙엽매귀로) : 나뭇잎 떨어져 귀로에 쌓이고寒枝罥宿烟(한지견숙연) : 차가운 가지에 안개 희끄므레 어렸네江東行未盡(강동행미진) : 언제나 고향 강동에 돌아갈런지秋盡水村邊(추진수촌변) : 강 마을 어귀에 가을이 저무네.*榻 걸상 탑, 簷 처마 첨, 窺 엿볼 규, 罥 얽을 견*人在(인재) : 이 글에서는 지은이 자신을 가르킴.*고조기(高兆基)는 고려 초기 문인으로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를 지낸 분이다. 공은..

카테고리 없음 2025.07.25

畵中納凉-시정(詩庭)

寫畵靜中趣  (사화정중취)閑觀意自深  (한관의자심)白雲浮碧漢  (백운부벽한)靑嶂接滄潯  (청장접창심)疑風來拂面  (의풍래불면)消暑入懷襟  (소서입회금)雖是圖中景  (수시도중경)心身覺爽吟  (심신각상음)풀이그림을 그려 고요한 운치를 담고,한가히 바라보니 뜻이 절로 깊도다.푸른 하늘엔 흰 구름이 떠 있고,푸른 산은 푸른 바다에 이어졌네.바람인 듯 홀연히 얼굴을 스치니,더위가 가시며 가슴속까지 시원하도다.비록 그림 속 경치일지라도,몸과 마음이 상쾌함을 느끼며 읊조리네.*위 그림과 시는 작년 티스토리 '시정(詩庭)" 에 올린 것을 Ai (Chat GPT) 의 도움을 받아 정형시(定形詩)로 개작하고 그림도 시문 에 어울리게 손을 댓습니다.참고로 원문을 소개합니다.元文(詩畵) 靑山碧海.畵中避暑-白雲畫一幅畫後 幽深地..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珍島江亭-高兆基

行盡林中路 時回浦口船 水環千里地 山礙一涯天 白日孤査客 青雲上界仙 歸來多感物 醉墨灑江煙 礙: 거리낄 애涯: 물가 애,숲 속 길을 모두 다니고때로는 포구의 배로 돌아온다천리 땅을 물이 두르고하늘 끝을 산이 가로막았으니대낮에 외로이 뗏목을 탄 손님은푸른 구름 속 천상계의 신선인가돌아오니 만물에 감동하여취한 채 시를 적어 강의 안개처럼 흩뿌린다동문선에 실린 고려 전기 문신 고조기(高兆基)의 詩 2수중 하나詩題가 珍島江亭 이니 강가의 정자에서 읊은 詩다. 그리니 장소가 지금의 섬 진도 인지는 의아하다.*다른 풀이숲 길 걸어 끝까지 갔더니, 때마침 포구에 배가 들어온다.물은 천리 땅을 감싸안았고, 산은 하늘 끝을 막아섰구나.한낮 외로이 떼(땟목)를 탄 나그네는, 푸른 구름 위에 오른 신선이 런가!돌아와도 감흥은 ..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安城驛-高兆基

山雨留行客 산우유행객郵亭薄暮時 우정박모시春風無好惡 춘풍무호오物性有參差 물성유참치柳眼已開嫰 유안이개눈花唇欲吐奇 화순욕토기如何雙鬢上 여하쌍빈상不改去年絲 불개거연사산 비에 여행객이 머무르니역마을에 땅꺼미가 진다봄바람은 좋고 싫음이 없으나사물의 성질은 참차 함이 있다 버들눈(새싹)은 이미 곱게 피었고꽃봉오리는 그 기이함을 드러내려는데 어찌하여 내 구레나룻은지난해 흰 머리가 바뀌지 않을까參差(참치로 읽음):들쭉날쭉해 일정하지 않음.薄暮時(박모시): 해질녘.땅꺼미 때好惡(호오): 좋음과 싫음嫰:고울 눈鬢:살쩍 빈 (귀밀털)*이시는 고려 전기 문신 고조기의 시로동문선에 실려있는 두수중 하나이다*고조기(高兆基)고려의 관료. 경서, 사서를 섭렵하고 오언시에 뛰어났다고 전한다탐라(제주) 출신으로 고려조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7.23

비를 맞아도-최 명운

비를 맞아도-최 명운 지독한 열기에 풀잎조차감정 기복 심해져 시들어 갈 때언덕바지 함초롬히 핀 나리꽃이파리에 흑진주 으뜸눈 품고한 치 더 자라햇살을 반기려다웃자란 키에 옆으로 기울어옆으로 쓰러지고 만다쓰러져도 실타래에 의지꽃송인 향기 날려 나비 부르고끝까지 잎에 품은 으뜸눈또로롱 굴려 풀 속에 심는다도라지꽃도 틈새에 껴들게 했었고하늘호록수 역시 비집어 들었지만비를 맞아가는 길이 평탄치 않더라도 무던히 존재를 키우는 인생.

카테고리 없음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