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四時各四吟 共十六絶中 冬吟
-산거사시각사음 공십륙절증 등음-李滉 이황

冬朝吟동조음
겨울날 아침
羣峯傑卓入霜空 군봉걸탁입상공
뭇 산봉우리들 가을 하늘 속에 우뚝 솟았고
庭下黃花尙倚叢 정하황화상의총
뜰아래 누런 국화는 아직 몇 떨기 남았는데
掃地焚香無外事 소지분향무외사
바깥이 무사하도록 땅을 쓸고 향불을 피우니
紙窓銜日皦如衷 지창함일교여충
종이창이 햇빛 머금어 밝기가 속마음 같구나
冬晝吟 동주음
겨울날 낮
寒事幽居有底營 한사유거유저영
쓸쓸하게 은거하며 살며 추울지라도
藏花護竹攝羸形 장화호죽섭리형
꽃 심고 대숲 돌보며 몸을 보전하네
慇懃寄謝來尋客 은근기사내심객
찾아오는 손님 은근히 사양해 보내니
欲向三冬斷送迎 욕향삼동단송영
삼동이 되면 맞이하고 보냄도 끊으리라
※幽居(유거) : 속세를 떠나 깊숙하고 고요한 곳에 묻혀 외따로 삶.
冬暮吟 동모음
겨울날 저녁
萬木歸根日易西 만목귀근일역서
모든 나무 잎이 지고 쉬이 해는 지는데
烟林蕭索鳥深棲 연림소색조심서
안개 낀 쓸쓸한 숲 깊이 새가 깃들었네
從來夕惕緣何意 종내석척연하의
예부터 저녁에 두려워함은 무슨 연유일까
怠欲須防隱處迷 태욕수방은처미
은미한 곳에서도 게으름을 막고 싶어서네
※夕惕(석척) : 日乾夕惕(일건석척)의 준 말인 듯. 주역(周易) 건괘(乾卦) 구삼효(九三爻)에 나오는 문장으로 ‘군자는 날마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저녁에 걱정하면 위태롭거나 허물은 없다. [君子終日乾乾夕惕若厲無咎]’라는 뜻인데, 날마다 쉬지 않고 부지런하며 저녁에는 하루를 반성하고 자기 행동을 두려워하며 걱정한다면 허물이 없을 것이라는 뜻.
冬夜吟 동야음
겨울날 밤
眼花尤怕近燈光 안화우파근등광
눈병이 심하니 등불 가까이하기 두렵고
老病偏知冬夜長 노병편지동야장
늙고 병드니 겨울밤 긴 것을 조금 알겠네
不讀也應猶勝讀 부독야응유승독
책 읽지 않는 것이 읽기보다 나을 듯하여
坐看窓月冷於霜 좌간창월냉어상
앉아서 서리보다 찬 창밖의 달빛을 보네
※眼花(안화) : 눈앞에 불똥 같은 것이 어른어른 보이는 안질(眼疾),